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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획단 공연후기] 제주 극단 가람 <후궁박빈>

작성자
2019ktf
작성일
2019-06-25 10:38
조회
72
청년기획단: 김은혜

공연:   극단 가람 <후궁박빈>

어느 시대에나 약자들은 강자에 의해 고통 받는다.

현대에는 대기업이라는 이름의 권력자에 의해, 과거에는 군부라는 이름의 폭력 하에,

더 과거에는 왕정이라는 천명 하에 약자들은 고통 받았다.

때문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후궁 박빈이 사는 이 시대에서 평민은 그저 권력 있는 자들의 도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인문’에 의해 궁궐로 들어오게 된다.

후궁을 20명이 넘게 두고도 후계를 출산하지 못한 왕의 아들을 나아주기 위함이었다. 내리 15명을 아들로만 출산했기 때문이다.

이인문은 후궁 박빈 사실이 아닌 죄명으로 협박하다시피 하여 궁궐로 부르고, 왕을 거짓으로 속여 후궁 박빈 후궁으로 들인다.

아들을 임신하며 후궁 박빈이라는 호까지 하사받지만, 이인문과 중전을 비롯한 궁의 사람들은 후궁 박빈의 아들들이 혹여 권력을 요구할까 싶어 그들을 죽인다.

이인문에 의해 흥부도 마찬가지의 이유로 죽음에 이른다. 물론 후궁 박빈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

아들을 낳은 이후에는 그 상황이 더 나빠진다. 태어난 아이의 피부는 까맸으며, 머리는 곱슬머리였기 때문이다.

중전은 아비를 의심하고 부정을 저질렀다 고한다.

각자의 목적으로 남은 아이들 또한 죽음에 이른다. 하지만 후궁 박빈은 아직도 그 사실을 모른다.

모든 가족이 사라진 후에도 후궁 박빈은 궁의 권력자에 의해 고통 받는데, 그들의 편의에 의해 후궁 박빈은 죽음에 처할 위기에 놓인다.

마지막으로 가족을 한 번 보고자 집으로 향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후궁 박빈은 철저하게 권력자들의 필요에 의해 이용당하고 버려졌다. 그 권력자들은 부정이라 말하던 그의 아들조차 이용하고자 한다.

다소 가난하지만 15명의 아들과 흥부와 함께 행복했던 후궁 박빈은 애초에 후궁이라는 자리를 원하지 않았다.

그런 후궁 박빈에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자와 자식을 낳으라는 말은 엄청난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이인문은 1년 후에 집으로 보내주기로 하였으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지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후궁 박빈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흥부씨와의 가정도 관객의 입장에서 볼 때 그리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흥부씨는 후궁 박빈에게 끝없이 성적 관계를 원한다. 어딘가 모자란 이 자의 언행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들게 만들었다.

후궁 박빈의 행복이란 실재하였는가 하는 물음이 들었던 이유이다.  후궁 박빈 본인은 이 ‘후궁 박빈’이라는 이름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흥부의 처’라는 이름 외에 자신의 이름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의 인생은 본인의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한 대목이다. 약자의 무지는 죄이다.

왕권이 아닌 현대 사회에서 또한 많은 서민들이 사기를 당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잃는 이유가 바로 그 무지이다.

그저 몰랐을 뿐이었던 후궁 박빈이 바로 그 단 하나의 이유로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